"가벼운 노트북을 갖고 싶어요" (김지나(가명), 17세, 뇌종양)
*뇌종양: 두개골 내에 발생하는 종양
“엄마, 귀에서 진동이 느껴져요.”
갓 고등학교를 입학한 2017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현기증을 경험한 지나는 유난히 태양이 작열하던 무더운 그 해에 뇌종양 의심 소견을 받고 세 차례의 개두술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지나는 학교에서 한창 뛰어놀 나이에 항암치료로 인해 약해진 면역력으로 집에서 인강을 들으며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가는 기차에 오릅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생전 처음으로 가발도 맞추어 보고 오래되고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기차에서 틈틈이 공부도 하지만 얄궂은 운명처럼 하필 수요일에 부산역에서 친구들을 마주칩니다.
병원에 가기 위해 상행열차를 기다리는 자신과 달리 수련회를 가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서 기차를 기다리는 친구들과 만났고 그 와중에 반가움을 참지 못하고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가는 상냥하고 온유한 지나를 만났습니다.
상처로 가득했을 여름,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지나는 녹음이 우거진 계절에 내리쬐는 햇살처럼 빛났습니다.
2019년 7월 14일. 엔젤들과의 첫 만남을 낯설어 할 하나의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위시엔젤들이 준비해 온 ‘너와 나의 연결고리 스케치북’을 꺼내 들었습니다!
팀원들마다 퀴즈 형식의 개성을 살린 자기소개를 담은 이 스케치북은 엔젤들과 하나와의 공통점을 찾기 위한 노력의 결정체이기도 하였고, 첫 만남에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하나의 소원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줄 위시베어와 소원별들, 방문 전 하나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파악한 과자 취향을 바탕으로 준비한 간식거리들, 마지막으로 지나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행운의 반려식물 마리모까지 엔젤들의 정성과 간절함이 담긴 마음을 한 보따리 전해주었습니다.
걱정과 달리 첫 방문 때에 지나와 많이 친해질 수 있었고, 하나의 꿈의 조각들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위시엔젤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첫 만남 이후 지나가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저희와 찍은 사진으로 바꿨습니다
2차 방문 전 지나의 근황을 자세히 묻고 때마침 극악한 더위에 대한 걱정으로 손 선풍기 세트와 수분 충전 목적 텀블러, 진학을 돕기 위한 EBS 자기소개서 서적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원서를 준비하는 대학과 학과에 대한 정보를 싹싹 모아서 파일에 담아주고 불안할 지나를 위로해 주기 위해 엔젤들이 겪었던 입시 준비에 대하여 말해주니 소녀다운 맑고 깨끗한 미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마음으로 엔젤들은 에니어그램을 준비해 갔고, 이를 통해서 지나가 충성가 유형임을 도출해내어 이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마음의 거리를 더 좁힌 결과 지나는 우리에게 자신의 꿈과 소원을 이야기해 주었고, 덕분에 엔젤들은 지나의 위시데이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방문 때에는 지나와 어머님이 저희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 주었어요! 감동의 물결 속에서 헤엄치고 온 엔젤들은 지나에게 최고의 위시데이로 보답해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1004배로 돌려줄 거양!!
2019년 8월 17일. 지나에게 행복과 희망을 싹 틔워 줄 성공적인 위시데이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다짐과 엔젤들은 함께 유독 쨍쨍하게 내리쬐는 부산의 태양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기차에서의 세 시간 동안 최종 점검을 마친 엔젤들은 지나의 집 근처에 있는 파티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장소 특유의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자랑했기에 지나의 사랑스러움이 배가 되어주기 적합했습니다.
지나에게 날개를 달아 주기 위해 벽에 지나의 이름으로 풍선을 달고 레드 카펫 대신 별이 그려진 파란 테이블보를 깔고 그 위에 점점이 파란 별이 수놓아진 그릇을 세팅하고 하나와 부모님이 좋아하고 지나가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신중하게 고른 음식을 담았습니다.
마무리가 되었을 때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지나가 어머니와 함께 소원을 이룰 공간에 입장했습니다!!
전에 못다 한 수다를 떨며 맛있게 음식을 먹은 후 카네이션이 핀 케이크를 들고 나온 우리는 지나와 계획한 부모님을 위한 상장과 선물 수여식을 통해 감사와 사랑을 전하자 눈가 주름이 걱정될 만큼 어머님의 환한 웃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옆에서 뿌듯해하는 지나를 보며 위시엔젤들이 엄마 미소를 감추지 못할 때 오늘의 주인공 지나를 위한 이벤트가 펼쳐졌습니다.
지나가 갖고 싶어 하였던 노트북을 받고 감동이 채 마르지 않을 때 라이언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는 지나를 위한 라이언 마우스, 파우치, 패드, 침대용 거치대, 해커 방지를 위한 웹캠 방지택과 종이 질감의 액정필름 부착까지!
그리고 대학 면접 준비를 위한 자료를 담은 짱구 USB까지!
훗!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라구! 앞으로 더 많은 꿈을 키워 나가고 이루어 갈 지나를 소망하는 마음에서 행해진 마지막 타임캡슐 이벤트가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업무로 인해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지나의 아버지를 위해 좋아하신다는 수육을 시간에 맞추어 따뜻하게 전해드렸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하고 파티 준비를 하며 조금 힘이 들었지만 지나와 지나 어머니의 뜨거운 눈빛으로 에너지를 공급받아서 위시데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야, 이제 앞으로도 점점 행복해 지나? 늘 행복한 지나가 되기를 바라고 언제나 지나의 꿈★을 응원할게!!
EDM 위시엔젤 34팀: 최성은, 박정민, 변다원 봉사자
최성은 봉사자 후기
위시엔젤 활동을 하면서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지나에게 낯선 방문객이었던 우리 팀은 지나에게 편안하게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불어오는 지도 알 수 없게 천천히, 그러나 더없이 상냥하지만 뜨거운 열정을 품은 여름날 부산의 바람처럼 지나에게 다가갔고 이런 우리를 향해 지나가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들이 더없이 존귀하게 여겨졌습니다.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지나의 소원이 이루어진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만남이 지나가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디딤돌로서 작용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의 행복한 하루를 기대하는 지나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