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를 볼 줄 몰라도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이.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즐겨듣던 아이. 랩이나 춤, 그 어떤 무대도 두려워하지 않던 자신감 넘치는 아이. 우리가 만난 준상이는 누구보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치던 아이였습니다.
3살 때부터 이어진 투병생활로 인해 지친 준상이에게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기회는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준상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전해듣자마자 메이크어위시에 소원을 신청했고, 기다림 끝에 삶이 바뀌는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준상이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모인 봉사자 선생님들, 그리고 수줍은 준상이>
<낯을 가리다가도 음악 이야기를 시작하면 밝게 조잘거리던 첫 만남>
*해당 방문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전인 1월에 진행되었습니다. 이후의 방문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음을 안내드립니다.
중학교 2학년, 비록 언어적인 표현은 서툴었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준상이의 얼굴에는 설레임이 가득했습니다. 봉사자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며 준상이는 곡 리스트를 정하고,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 공연에 필요한 준비물을 정리해보기도 했습니다. 누구보다 자신있게 공연에 임하던 준상이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 켠에 걱정이 남아있었습니다. 구청에서 지원하는 청소년 디제잉 교실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으나 수업이 폐강되면서 피드백 받을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반갑다, 네가 준상이구나!
걱정하던 준상이를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유영준 팀장님으로부터 디제잉 믹서를 다루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준상이가 다니던 청소년 디제잉 교실의 안상욱선생님은 믹싱한 곡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봉사자 선생님이 연결해준 DJ제시 선생님은 준상이가 공연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없는지 물어가며 챙겨주시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준비하던 준상이의 공연.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준상이의 위시데이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음악을 즐길 수는 없었지만, 준상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하던 사람들이 공연에 참여했습니다. 시크하지만 수줍게 들어오던 준상이는 리허설에 앞서 미리 준비한 헤드셋과 의상, 그리고 준상이만의 시그니쳐 사인이 들어간 뱃지를 선물하자 엄지를 치켜들었어요.
<사전 셋팅을 하는 준상이와 청소년디제잉교실의 안상욱선생님, JYP엔터테인먼트 유영준팀장님>
선생님, 저는 백투백 디제잉을 해보고 싶어요.
미리 짜놓은 곡 리스트를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2명 이상의 DJ가 현장의 분위기나 환경, 컨셉에 따라 즉석에서 이 곡 저 곡을 넘나들며 번갈아 플레이하는 방식인 백투백(Back To Back) 디제잉. 평소 공연에서 백투백 디제잉을 꼭 해보고 싶었지만, 곡의 장르와 BPM(음악의 속도)까지 고려해야하는 어려운 플레이 방식이다보니 함께 할 파트너를 찾기가 어려워 늘 혼자 디제잉을 해왔었다고 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전문가인 유영준팀장님과 함께 백투백 디제잉을 해보고 싶다는 준상이의 말에 팀장님은 흔쾌히 함께하겠다고 수락해주셨어요. 리허설 내내 곡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진지한 모습을 보이던 준상이의 눈빛 덕에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올라갔습니다.
<"이 곡에서는 이런 방식의 플레잉도 좋을 것 같아">
자, 지금부터 준상이의 공연이 시작됩니다!
떨리던 시간이 지나고 준상이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DJ제시선생님께서 화려한 오프닝 무대를 열어주신 뒤 준상이의 차례가 다가왔어요. 백투백디제잉에 앞서 준상이의 단독공연 순서. 많은 사람들의 격려박수를 받으며 스테이지에 들어선 준상이는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디제잉을 시작하자 다양한 제스쳐를 보여주었어요. 제스쳐만으로도 준상이가 얼마나 자신있게, 또 편하게 공연을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준상이의 단독공연에 이어 드디어 이 날의 하이라이트, 백투백 디제잉이 시작되었습니다. 힙합부터 댄스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호흡을 맞추던 준상이와 유영준 팀장님. 두 사람의 호흡이 어찌나 잘 맞았던지, 예정되어있던 시간보다도 긴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목이나 허리가 아프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공연 중간중간 싱긋 웃어보이는 준상이의 모습에 모두가 안도하고 음악을 즐겼습니다.


“준상이 정말 많이 늘었네요. BPM 분별도 잘하고, 선곡도 센스있게 잘 하고. 전체적인 음악 흐름도 잘 배치하고 있네요. 실력이 부쩍 늘었어요.”
“이렇게 멋있는 공연이 될 줄 몰랐어요. 긴 시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나봐요. 준상이가 저렇게 잘 하는지 몰랐어요.”
1시간 반 가량 이어진 준상이의 디제잉 공연이 끝나고 난 뒤, 평소 실력을 잘 알고 계셨던 DJ선생님들은 입을 모아 준상이를 칭찬했어요. 공연 내내 단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모든 순간을 담으시던 준상이의 어머니도 오랜 시간을 공연하던 아들의 모습에 크게 감동을 받으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지인들에게 준상이의 공연하는 모습을 보내시며, 우리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눈시울을 붉히시기도 하셨어요.
준상이는 공연을 마치자마자 선생님들에게 피드백을 받고싶어했어요. 중간중간 실수가 있었다면서 디제잉 순간을 돌아보는 준상이를 보며 프로다움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잘했다는 칭찬어린 피드백을 받고나서야 겨우 긴장을 풀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니, 언제든 음악이 필요한 행사가 있다면 자기를 DJ로 불러도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준상이는 멋진 DJ로서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에서의 디제잉파티를 열 수는 없었지만, 준상이를 아껴주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디제잉 파티. 성공적이었던 이 날의 디제잉 공연이 DJ가 된 준상이에게 멋진 밑거름이 되어서, 다른 아이들을 위해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 수 있는 신나는 시간을 선물할 수 있도록 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하고싶다던 준상이. 건강하게 반짝반짝 빛날 준상이의 미래를 함께 지켜봐주세요!
* 준상이의 위시데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전인 11월 중순,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진행하였습니다.